소송 초읽기 대경A 등 사천에만 여러 곳.. ‘하자분쟁조정’ 기대

최근 사천지역 여러 아파트에서 입주민과 건설업체 사이에 하자보수와 관련한 갈등이 잦다. 대표적 사례를 중심으로 논란의 내용을 들여다 본다. 아파트 하자 분쟁

최근 하자보수 문제로 아파트입주자들과 건설업체 사이에 분쟁이 잦다. 입주민들은 “협의에 잘 응하지 않는다”며 건설사에 불만을 나타내지만 건설사 쪽에서는 “억지 주장이 많다”며 입주민들을 탓한다. 이로 인해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관련 내용을 들여다보자.

사천읍에 있는 대경아파트는 오는 6월19일이면 준공 10년을 맞는다. 이를 앞두고 입주민들이 분주하다.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10년차 하자’에 대한 보수시공을 요구하고 있지만 문제가 잘 풀리지 않자 소송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눈에 띄는 하자가 있다면 건설사에 요구하고, 건설사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자치단체에 도움을 구할 수 있다. 건설사가 책임져야 할 하자가 분명함에도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지자체는 행정처분을 내리거나 미리 예치돼 있는 보증보험금으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거나, 그 밖에 또 다른 문제가 있기에 ‘잡음’이 생긴다는 것이다.

'하자다' '아니다' 입주민과 건설사 의견 엇갈리기 일쑤

대경아파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입주민들은 하자가 분명하다고 하고 건설사는 해당되지 않는다고 맞서 온 게 사실이다. 여기에 입주민들은 “아파트 준공 당시 설계대로 시공되지 않았거나 잘못 시공한 부분이 있다”며 일종의 미시공, 오시공 부분에 대한 책임도 묻고 있다.

아파트 하자 분쟁

입주민들은 대경건설과 여러 차례 협의를 진행했으나 별 진척이 없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미시공, 오시공 부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시한이 오는 6월19일이기에 소송을 서두르고 있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 하자진단업체에 의뢰해 아파트 건물 전반에 걸쳐 진단을 받았다. 그 결과 ‘10년차 하자’와 ‘미/오시공 부분’을 합치면 7억원이 넘는다는 결론을 받아 놓은 상태다.

반면 이 아파트 건설 당시 대한주택보증에서 보증보험금으로 받아 뒀다가 그 동안의 하자보수에 사용하고 남은 금액은 9000만원 남짓이다. 입주민들의 요구액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물론 입주민들은 절충선을 제시하고 있지만 업체에선 그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경아파트가 하자보수 문제로 이렇듯 골머리를 앓는 것은 그 출발이 임대아파트였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아파트의 경우 법적으로 1년, 2년, 3년, 5년, 10년이 지날 때마다 잘못 시공한 부분이 드러나면 건설사가 책임지고 손보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아파트의 경우 준공 뒤 9년차까지는 임대아파트로 남아 있었기에 그 전까지는 하자보수를 요구할 권리도, 그에 응할 책임도 건설사에 있었던 것이다.

결국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1년 남겨 두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입주민들은, 앞서 이뤄진 하자보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혹을 가지게 되고, 이에 대한 정확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갈등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또 건물에 문제가 있을 경우 이것이 ‘10년차 하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따지기도 어렵다. 일반적으로 ‘10년차 하자’라고 하면 내력벽이나 기둥 등 구조적 결함이 해당된다. 이런 결함은 건물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좀처럼 발생하지 않거나 또 발생하지 말아야 할 일이다.

대경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에서 만든 입주민 대상 하자보수 관련 소송 안내문. 아파트 하자 분쟁

따라서 건설사로선 웬만한 결함은 구조적 결함과 연결 짓기를 꺼린다. 반면 입주민들로선 가능한 이것과 연결 지어 해석하려 한다. 그래야 보증보험금을 이용해 보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경아파트에 입주한 몇몇 세대는 지금도 옥상에서 물이 새는 등 누수피해를 겪고 있지만 이것이 ‘10년차 하자’에 해당되는지를 두고 건설사와 입주민 의견이 엇갈렸다. 또 하자진단업체가 조사해 밝힌 ‘10년차 하자’ 보수 예상금액은 2억원에 가까운 반면 대경건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입주민들과 건설사의 팽팽한 입장 차이는 결국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경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변호사와 계약체결 직전까지 가 있는 상황이다.

대경아파트의 하자보수를 둘러싼 갈등이 예사롭지 않은 것은 이와 비슷한 일이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4월 현재, 입주 5년째 접어든 동강아뜨리에(용현)의 경우 ‘3년차 하자’에 관한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아 역시 소송 직전 단계에 들어서 있다. 이 아파트를 건설한 유송건설(주)이 부도난 상태여서 문제가 더욱 복잡하다.

이밖에 송보파인빌(정동)과 사천푸르지오(사남), 대경파미르(사천읍) 등도 하자보수 문제로 해당 건설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그 속도가 더디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용강주공아파트(벌리)는 이미 주택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아파트 하자보수 관련 갈등은 그 외 여러 곳에서 비슷하게 빚어지고 있다. 아파트 하자 분쟁

한편 이러한 ‘하자보수 관련 소송’의 급증을 두고 “브로커들의 장난 때문”이라고 꼬집는 시각도 있다. 굳이 전문업체에 맡기지 않더라도 하자부분을 확인해 건설사와 협의하고, 협의가 잘 진행되지 않을 때는 행정기관에 의뢰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데도,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이른바 ‘하자보수 전문 브로커’들의 부추김에 넘어가 불필요한 소송을 남발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대구에서는 특정 하자진단업체와 변호사를 끼고 여러 아파트의 입주자대표들을 부추겨 소송을 걸게 한 뒤 사례비를 챙긴 브로커가 법원으로부터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례도 있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하자보수 소송 건수는 2004년 78건,2005년 87건,2006년 101건,2007년 167건,2008년 290건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도 400건 넘는 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추정된다. 건설업계는 이 가운데 70~80%가 브로커들이 끼어든 ‘기획소송’으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부터는 이런 ‘하자보수 관련 소송’이 조금은 줄어들지 모르겠다. 국토해양부가 공동주택의 하자분쟁에 따른 소송비용 낭비 등을 막기 위해 ‘하자심사분쟁조정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자심사분쟁조정제도' 도입으로 소송 예방 기대

이를 위해 국토부는 주택정책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건설업계, 학계, 법조계 인사 13명의 전문가를 위원으로 하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를 이미 구성한 상태다.

위원회는 앞으로 누구라도 하자 등 판정을 의뢰하면 건설기술연구원 등 안전진단기관의 현장 조사와 분석을 토대로 하자 여부를 판정한다. 그리고 분쟁 조정신청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안에 심사 조정안을 내놓으며, 입주자나 시공회사 등은 15일 안에 조정안의 수락 여부를 밝혀야 한다.

물론 누구라도 한쪽에서 수락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지만 그나마 하자분쟁에 정부가 끼어듦으로써 불필요한 소송이 조금은 줄어들 것이란 기대를 갖게 한다.

이는 최근 사천지역에서 일어나는 여러 건의 아파트 하자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미 소송에 접어든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협상이 지지부진한 아파트의 경우 입주민과 건설업체 어느 쪽이라도 의뢰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하자보수가 시급한 입주민들 입장에서 더 반기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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