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뉴스사천=김재원 경상국립대 생명과학부 명예교수] 아주 오래전, 약 90여 년 전에 중국 헤이룽장성(흑룡강성)에 위치한 케샨이란 마을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사망자가 많이 발생하였다.

특히 출산을 앞둔 여자들과 아이들이 많이 희생되었다. 여러 가지 조건이 비슷함에도 불구하고 왜 이 마을에만 병이 많이 발생하는지는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을 마을이름을 따서 ‘케산병’이라 부르게 되었다. 여러 가지 조사 끝에 마침내 케산병의 원인을 찾아내게 되었다. 뜻 밖에도 그 원인은 그 지역의 토양과 물을 분석하여서 얻을 수 있었다. 

이 마을의 토양과 물을 타 지역과 비교하여 보니 특이하게도 셀레늄이란 원소의 함량이 현저히 낮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셀레늄 함량이 적은 토양과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고 그곳에서 생산된 농작물을 먹으니 결과적으로 셀레늄을 섭취하지 못하였고 이것이 케산병을 초래한 것으로 보였다.

셀레늄의 결핍이 어떻게 심장근육병을 일으키는 지는 자세히 알 수 없었으나, 주요 원인인 것만은 확실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제 우리는 셀레늄의 부족으로 인하여 심장이 커지고 심장의 기능이 타격을 받게 되기도 하고 빈혈, 고혈압뿐만 아니라 암의 원인이 되기도 함을 알게 되었다. 

자료 이미지 (사진=뉴스사천 DB)
자료 이미지 (사진=뉴스사천 DB)

적절한 셀레늄을 섭취하는 것이 건강에 중요하지만 그렇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듯하다. 성인의 하루 셀레늄 권장량은 일반적인 하루 식사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셀레늄의 효과는 상당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적당한 양의 셀레늄을 적절하게 섭취하면 인체에 유해한 금속물질을 차단하는 데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서는 항암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한 독성을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한 가지 들어보자. 우리 몸에는 독성 물질인 활성산소를 제어하는 시스템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글루타치온 과산화효소이다. 건강기능 식품으로 요즘 광고가 넘쳐나는 글루타치온을 이용해서 해독 작용을 한다. 우리 몸에는 8가지의 글루타치온 과산화효소가 있는데 그중 5가지의 효소에는 셀레늄이 필수적이다. 셀레늄은 노화 방지에도 효과가 있다. 비타민 E가 강력한 항산화제인데, 셀레늄은 이보다 수천 배 이상의 강력한 항산화 작용이 있어 노화방지 성분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밝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 셀레늄은 독성물질로 알려져 있었다. 셀레늄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중독 증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구토, 불안, 탈모, 손톱 갈라짐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정신을 잃거나 죽음에 이르기 때문이다. 셀레늄은 몇몇의 콩과식물에도 많이 함유됐는데 소나 양들이 이런 풀을 뜯어먹고 셀레늄 중독에 걸리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아침마다 무심코 먹는 종합비타민제의 성분을 보면 셀레늄이 들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엇인지를 막론하고 부족하면 병이 되고 지나치면 화가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생각난다. 몇 달 전에 친구가 손수 농사를 지었다며 아로니아 몇 봉지를 선물하였다. 안토시아닌도 풍부하고 폴리페놀도 많아 건강에 좋다며 건네준 그 정성이 새록새록 고맙다. 그런데 아로니아 많이 먹진 말고 20알씩만 먹으란다. 나중에서 아로니아에는 셀레늄이 많다는 것을 알고 나서야 그 친구의 세심함에 또 한 번 감사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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