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평자 사진작가
조평자 사진작가

[뉴스사천=조평자 사진작가] "지금, 당신이 가고 싶은 곳이 어디입니까?"

망설임 없이 ‘바다’라고 말하겠다. 바다를 좋아한다. 바다가 좋아서 바다수영을 배우게 되었다. 헤엄치는 일은 극한의 에너지를 소진함으로써 행복하게 살아갈 이유를 소생시킨다. 헤엄을 치고 나면 금세 바다에 또 가고 싶어진다.

해마다 이맘때면 시작하는 바다수영 시즌이 돌아왔다. 올해 처음으로 바닷길을 열기로 몇몇이 약속했다.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바다수영 준비물들을 미리미리 챙겨 두었다. 그곳에 빨리 가고 싶어서. 그곳은 남일대해수욕장이다.

바다수영 하는 날이 드디어 찾아왔다. 수영복, 슈트, 오리발, 수경, 수모, 귀마개, 안전부이... 미리 챙겨둔 장비에 따끈한 커피만 담아 설레는 바다로 달려갔다. 약속한 새벽, 해가 뜨려면 아직 멀었다. 제일 먼저 주차장에 도착했다.
 

역영
역영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바다에 입수할 사람들의 자동차들이 모여들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손 한 번씩 흔드는 것이 인사다. 손 인사를 하고 나면 채비해 온 수영 도구들로 입수를 준비한다. 바셀린을 목과 겨드랑이에 바르고 슈트를 입는다. 주차된 자동차 유리를 거울삼아 썬크림을 바른다. 무심코, 주차해 놓은 자동차 창문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면서 썬크림을 바르고 있는데 차 안에 사람이 타고 있지 않은가!.

 “아이크!. 안에 계신 줄 몰랐습니다. 죄송합니다.” 차 안에서 내 모습을 보며 얼마나 우스꽝스러웠을까. 민망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한바탕 웃으면서 백사장으로 향했다.

해안선을 툭툭 차는 파도의 맨발이 보인다. 파도 소리는 언제 들어도 좋다. 새벽안개를 온통 뒤집어쓴 모래밭에는 밤새 터뜨린 폭죽의 잔해가 그대로 남아 있다. 지난밤 누군가 모래밭에 써 놓은 이름이 선명하다. 

새벽바다는 바다수영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차지다.

물이 찬데 첨벙첨벙 물속으로 뛰어드는 우리들은 전생에 물고기였을까?. 새벽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은 대체로 낮에는 바쁜 하루가 예정되어있는 사람들이 주를 이룬다. 우리 동호회에는 직장인들이 많다. 그래서인지 나만의 시간이 주어지는 바다로 오면 마음이 조급해진다. 물을 보면 질주 본능이 더욱 강해진다. 시간을 쪼개서 좋아하는 운동을 하면서 살고 싶은 갈증을 해소하듯 자연의 품으로 마음껏 뛰어 들어가 보는 것이다.

팀 리더가 전달하는 안전 수칙을 듣고 출발 신호를 받으면 우리는 각자의 물과 마주한다. 먹고 사느라고 바쁘게 종종거리던 힘을 뺀 몸을 온전히 물에 맡긴다. 바다수영에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경계선이 없는 레인을 달리는 기분을, 물에 몸을 담가야만 획득하는 묘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한데 모여 두려움을 극복하면서, 각자의 무게와 속도로 움직이고 있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것이 바다수영의 특별함이다.
 

물멍
물멍

나는 앞사람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헤엄치는 그 구간을 가장 좋아한다. 무수히 떠오르는 생각을 풀어헤치는 시간이다. 몸은 헤엄을 치고 있는데 마음은 무의식으로 깊어져 버려서 어느 순간 엉뚱한 방향으로 한참을 헤엄치고 있을 때도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를 돌아 출발했던 지점으로 모두들 무사히 복귀하면 완영이 종료된다. 한 주일 동안 헝클어진 마음이 가지런해지고, 실컷 울고 난 것처럼 개운하고 후련하다. 바다수영 시즌이 시작되면 일주일이 너무 느리게 간다.

어느 해에는 남편의 생일을 깜빡 잊어버린 적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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