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 열려

"억울한 영혼들이여. 우리들의 부모, 형제자매들이여. 정성스레 차린 음식과 술로 절을 올리오니 부디 흠향하소서. 위령비나 위령탑은 커녕 아직 조그마한 제단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이렇게 실내에서 위령제를 모시는 저희들을 너그러이 용서하소서."

60년 전 여름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형을 잃었던 이봉환 사천유족회장의 절절한 인사말이다. 부모, 형제의 억울한 죽음을 호소할 곳도 없이 홀로 감내했던 유족들. 무려 60년 만에 펼쳐진 해원굿에 눈물을 흘렸다.

이봉환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 사천유족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합동위령제에 초헌관으로 참석한 정만규 시장이 12만 시민들 대표해 영령들 앞에 절을 올리고 있다.
60년 전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합동위령제가 8일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한국전쟁 전후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자 합동위령제가 8일 사천문화원 대강당에서 진실화해위, 사천시 관계자, 유족 등 15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열렸다. 정만규 사천시장도 이날 초헌관으로 참석해 시민들을 대표해 영령들 앞에 절을 올리며, 극락왕생을 빌었다.

합동위령제에 참석한 유족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합동위령제는 전통제례로 개제를 선언하고 원불교, 불교 등의 종교의례에 이어 영령들에 대한 묵념, 추모사, 추모시, 특별동영상 상영, 진혼굿, 헌화 순으로 펼쳐졌다.

정만규 시장이 추도사를 읽고 있다.
이날 정만규 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한국전쟁 전후 사천지역 민간인 희생사건과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억울하게 희생되신 영령들께 12만 시민들과 함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명복을 빈다"며 "그동안의 아픔이 무엇으로 보상되겠습니까만 오늘 합동위령제가 억울하게 희생당하신 원혼을 위로하고, 유족분들에게 마음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치유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천지역 민간인 학살 희생자 합동위령제는 60년 만에 열렸다.

박옥란 선생이 진혼무를 추고 있다.
희생자들의 넋을 달래는 진혼굿의 한 장면.
강기갑 국회의원과 김두관 도지사도 이날 위령제에는 참석하지 못했지만 추도사를 보내왔다. 강기갑 의원은 "국가권력에 의해 불법적으로 저질러진 민간인 희생에 대한 진상규명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며, 재발방지책은 물론 사죄와 합당한 후속조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김두관 지사는 "이 위령제가 말없이 삶을 마감한 민간인 희생자들과 유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유족들이 영령 앞에 잔을 올리고, 극락왕생을 빌고 있다.
위령제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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