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운동장 리모델링계획에 용현주민 “신촌스포츠파크는 어쩌고?”

10일 열린 사천종합경기장 건립 토론회에서 용현면의 한 주민이 정용구 사천시 체육지원과장에게 관련 자료를 펼쳐놓고 따지고 있다.
사천종합경기장 건립을 어디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 이 문제를 두고 사천시 용현면민들이 정용구 체육지원과장과 설전을 벌였다. 참석했던 도의원과 시의원들도 용현면민들을 거들고 나섰다. 그러나 양측은 평행선으로만 달리다 이야기를 끝냈다. 종합경기장. 정말 어디에 설치하는 것이 옳을까?

이 같은 논란은 11일 오전10시30분, 용현농협 강당에서 있었다. 이름 하여 ‘사천종합경기장 건립을 위한 토론회’. 토론회는 신촌종합경기장추진위원회(위원장 이상용)가 주최했고, 용현면의 각 단체 대표들과 조근도 도의원, 김국연 최용석 한대식 시의원, 그리고 몇몇 사회단체 대표들이 참석했다.

이날 논란의 핵심은 사천종합경기장을 어디에 어떻게 건립할 것이냐 하는 것이었다. 먼저 사천시의 주장은 이렇다.

“정만규 사천시장의 주요 공약 중 하나가 경남도민체전 유치이고, 이를 위해서는 2013년이 가장 적기다. 도체는 2종 종합경기장 이상이어야 개최가 가능한데, 현재 있는 두 공설운동장(삼천포, 사천읍)으론 힘들다. 따라서 신규 경기장을 건립해야 하는데 예산이 워낙 많이 들어가고 시간도 촉박하니 삼천포공설운동장을 리모델링해 해결하겠다.”

한대식 시의원이 "사천시의회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받았느냐"는 어느 참석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천시는 이를 위해 사천시 내년도 예산안에 10억 원을 반영했고, 국비 100억 원과 도비 5억 원을 내년 사업비로 지원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용현면민들의 생각은 달랐다.

“사천시는 오래 전부터 용현면 신촌지구를 스포츠파크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여기에는 사천종합경기장 건립이 이미 계획돼 있다. 사천시가 수 억 원을 들여 전문기관에 의뢰한 결과에서도 용현 신촌이 종합경기장의 최적지라고 밝히지 않았나. 이제와 ‘2013년 도체 유치’를 이유로 말을 바꾸는 것은 정 시장의 욕심이다. 괜한 갈등 조장하지 마라.”

양측의 주장은 팽팽했다. 그러나 조금씩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갈수록, 그리고 의원들이 가세하면서 정용구 체육지원과장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신촌종합경기장추진위 이근우 부위원장은 이날 사천시가 삼천포에 종합경기장을 건립하기 위해 작전을 쓰고 있는 것 아니냐며 정 과장을 다그쳤다.
사천시의 계획을 조금 더 살펴보자.

먼저 도민체전을 230억 원 들여서 해결하겠다는 게 기본 목표다. 삼천포공설운동장 리모델링에 110억 원, 삼천포공설운동장 주변 정리에 70억 원, 그리고 기타 경기장 정비와 장비구입에 20억 원, 끝으로 도민체전 운영에 30억 원의 예산을 잡았다.

눈에 띄는 것은 리모델링에 있어 제대로 하려면 320억 원이 필요하지만, 본부석 쪽만 정비하고 운동장을 증설하지 않는 등 투자를 최소화해 110억 원으로 해결하겠다는 점이다. 예산확보의 어려움뿐만 아니라 종합경기장 건립 장소 변경에 따른 논란을 가능한 차단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읽힌다.

위 : 조근도 도의원, 아래 : 최용석 시의원
이날 토론회 과정에서 정 과장은 “시장님은 어쨌든 ‘시비가 100억 원 이상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 도체 유치와 삼천포공설운동장 리모델링을 위해서는 국비와 도비 지원이 관건임을 암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이 부분에 주목했다. 당초 용현면 신촌에 세우려 했던 사천종합경기장을 삼천포로 변경하는 이유가 “비용이 많이 든다”는 것인 만큼 “실제로 230억 원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느냐”고 따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용현면 주민들은 “기존 계획대로라고 해도 480억 원이면 신촌지구에 새 종합경기장을 세울 수 있는데도, 시는 1500억 원이 든다고 호도했다”며 억울해 했다. 1500억 원은 종합경기장 외 야구장 등 신촌스포츠파크 전제 조성사업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용석 시의원은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230억 원에는 기존 공설운동장 토지 매입비가 반영돼 있지 않은데, 이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거냐”고 따졌다. 실제로 삼천포공설운동장 부지의 82%는 국유지이며,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정 과장은 “정부에 가능한 협조를 구해 굳이 매입하지 않고도 해결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 의원이 “자산관리공사에 직접 확인한 결과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을 이유로 곤란하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향후 대책을 물었고, 이에 정 과장은 “최소 비용으로 해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한편 이날 조근도 의원은 자신이 사천시청에 근무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김수영 전 시장님도 도체 유치가 공약이었지만 첨예한 지역갈등이 염려돼 쉽게 추진하지 못했다”며 이전 상황을 설명했다.

나아가 “도체만 유치하려면 지금 정 시장의 생각이 맞지만 지역통합과 도시 발전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하면 적절치 않다”고 덧붙였다.

용현면민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종합경기장추진위는 이날 토론회에서 '사천시청사 주변 종합경기장 유치'를 위해 기자회견을 열기로 하는 등 홍보활동에 나서기로 했다.
이밖에 종합경기장추진위 이근우 부위원장도 자신의 공직 경험을 살려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 사천시청사를 새로 지을 때도 중앙투자심의위에 여러 차례 도전한 끝에 해결하지 않았냐”고 들고, “이번에는 단 한 번 도전해보고 적극적인 해결책 제시 없이 끝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종합경기장추진위는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공무원과 시/도의원들을 내보내고 자체 토론을 벌였다. 그 결과 추진위는 ‘사천시청사 주변에 종합경기장을 유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대 시민 홍보활동에 들어갈 것을 결의했다.

한편 지난 8일 여야 의원들의 극한 몸싸움을 거쳐 한나라당 단독으로 처리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삼천포공설운동장 리모델링용 예산 100억 원이 삭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순조롭게 올라가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마지막 계수조정위원회에서 손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삼천포공설운동장 리모델링 문제를 신속히 처리할 생각이었던 사천시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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