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 출전.도서구입 위해 학교발전기금 내라?'.. 학부모 "황당, 불쾌" 학교장 "의욕 앞서다보니.."

▲ 지난 3월 25일 사천지역 모 초등학교 교육과정 설명회 자리에서 교장이 학생들의 각종 대회 출전 지원, 도서구입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을 학부모들에게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사천지역 모 초등학교 교장이 교육과정 설명회를 들으러 온 학부모들에게 음악·체육 등 각종 대회 출전 지원, 도서구입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을 요구해 빈축을 샀다.

지난 25일 사천지역 모 초등학교 강당에서 A교장은 교육과정 설명회에 참석한 300여 명의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각종 체육대회·음악대회에 나가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더 잘하려면 지원이 필요하다. 행정예산만으로는 부족하다. 학교 도서관을 학부모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학부모용 도서를 구비하려면 이 또한 지원이 필요하다. 발전기금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이자리에서 A교장은 "제가 먼저 100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겠다. 행정실에 창구를 마련해 접수 받겠다. 발전기금을 내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당 학교는 학교발전기금 요청하면서 사전에 가정통신문에 관련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고, 학교운영위원회의 발전기금조성운용 계획 심의 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학부모들의 반발 여론이 들끓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는 지 설명을 듣고, 담임과 상담을 하러 왔는데 정작 학교에서 교육과정 설명보다 일방적으로 돈을 내라고 강요하는 것 같아 불쾌했다"며 "혹 기금을 내지 않으면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다른 학부모도 "넉넉한 학부모도, 가난한 학부모도 있을 텐데, 발전기금 문제로 아이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어쩔 거냐"며 "자발적으로 학부모들의 의견을 모은 것도 아닌데, 교장이 먼저 돈을 요구하다니..그 많은 교육예산 어디에 썼냐"고 화를 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A교장은 "정년이 2년 남았는데,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유종의 미를 거두려다 의욕이 앞섰다"며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오는 4월 7일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서 기금 조성·운용 계획 승인을 얻고, 공감대를 형성한 뒤 했어야 하는데 학부모들에게 심려를 끼친 것 같다"며 "학교운영위원회 심의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면, 기금모금요청은 없었던 것으로 하고 학부모들께 가정통신문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학교운영위원장 B씨는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절차를 어겨서는 공감을 얻기 힘들다"며 "원래 오는 4월 7일 학교운영위에서 학교발전기금 조성·운용 계획을 심의할 예정이었는데, 먼저 이런 일이 발생해 놀랐다. 다른 학부모 등과 함께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사천교육지원청 관계자도 "해당 학교장이 의욕이 앞서 실수한 것 같다"며 "교장이 학부모들에게 각종 대회 출전 지원이나 학부모 도서구입 명목으로 학교발전기금을 요구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한편, 초중등교육법 33조 1항에 따라 학교발전기금을 조성하는 경우, 학교운영위원장이 △사업목적 △기금조성 방법 △지출 계획 등이 포함된 '기금운용계획'을 수립,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자발적 기부가 아닌 직·간접적인 요구나 강요에 의한 찬조금 모금은 관할 교육청의 제재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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