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3) 성산일출봉에서 섭지코지까지
<혼자 떠나는 제주 올레길>이 글은 '갯가' 시민기자님이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제주 올레길을 도보로 여행한 뒤 자신의 블로거에 올린 것으로, 이를 일부 고쳐 뉴스사천에 다시 올려주셨습니다. -편집자- |
어둠이 가시지 않은 이른 새벽. 수근대는 소리가 들려 잠을 깨어 보니 새벽 5시 20분이다. 6시까지 일출봉에 오르면 일출을 볼수 있다고 해서 느긋하게 헤드랜턴을 챙겨 성산일출봉으로 올랐다. 한참을 기다려 드디어 내 생에 첫 일출봉 해돋이를 감상할 수 있었다.
성산일출봉 동영상
일출봉의 일출을 자동디카로 일출 사진을 멋지게 담아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출을 상상할 때 오래전 애국가 시작할 때 용두암과 일출봉 일출 장면을 연상했으나 아무리 자리를 잡아도 그런 황홀한 장면은 카메라에 잡히질 않고 그냥 내 마음 속에만 담아올 수밖에 없었다.
일출봉을 내려와 배낭을 챙기고 일출봉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고 7시 10분경 일찍 길을 떠났다. 1코스 종점인 광치기 해변을 지날 때 갑자기 해변의 광경이 눈에 익어 곰곰히 생각해 보니 신혼여행 때 가이드가 시키는 대로 동영상을 촬영하던 곳이었다. 새삼 신혼 여행을 떠올리니 저절로 잔잔한 웃음이 머금어진다. '그담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는지.....
1코스 종점이자 2코스 시작점에서는 나이 드신 어른 두분께서 올레꾼을 맞이하시며 이런 저런 안내를 해 주신다. 2코스 초입은 원래 바다 였으나 두 개의 커다란 갑문으로 막혀 있어 둘레 수 킬로미터의 바다호수가 만들어져 있고 지형에 따라 작은 수문 사이로 밀물과 들물이 오고 가면서 작은 소나무섬과 어우러진 커다란 자연 저수지처럼 생긴 바다 호수를 둘러 가는 길이었다. 그리고 연이어 나타나는 마을은 소나무, 삼나무, 밀감밭 등이 어우러진 숲속의 작은 전원마을이었다.
지친몸으로 혼인지에 도착했으나 사람 한 명 없고 쓸쓸한 느낌조차 들어 다시 길을 재촉하다 포구 입구에서 더디어 나를 기다리던 구멍가게를 만났다. 그토록 소원하던 캔맥주를 따서 벌컥벌컥 마시니 온몸이 짜릿한 쾌감으로 응답한다.
이틀 동안 새벽에 일어나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여행을 계속한지라 온몸이 나른하고 시간이 지체되어 3코스를 포기하고 2코스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경치가 뛰어난 섭지코지로 향했다. 내리 쬐는 태양과 막걸리 기운, 피곤한 몸덩이, 부족한 수면으로 도저히 걸을 수 없어 바닷가 울퉁 불퉁한 바위 위에 그냥 배낭에 매달고 간 메트만 깔고 정신 없이 잠에 빠졌다.
한 시간 이상 정신 없이 자다가 일어나 섭지코지로 길을 재촉한다. 실제 발로 걷는 길이 눈으로 보는 것 보다 훨씬 더 멀게 느껴진다. 아마도 심신이 피곤한 탓이리라. 섭지코지는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고 알려져 관광객도 많고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것 같았다. 아쉬운 점은 섭지코지에서 성산일출봉이 정면으로 보이는 곳에는 커다란 건물이 들어서 경관을 버려 놓은 것이다. 아마도 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최고의 장소!"하고 감탄할 터이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나중엔 라면 안주에 소주잔도 주고 받았는데, 문득 그가 가까운 찜질방에서 함께 숙박할 것을 권하신다. 망설이다 그 분을 따라 나서 버스를 타고 찜질방으로 숙소를 옮겼다. 개운하게 목욕도하고 잠을 청하니 전날 잠자리 보다 훨신 더 편안하다. 그 때 만난 분이 이후 올레길 일정 속에서 6박 7일 동안 함께한 청주 성님이다.<계속>
*이 기사는 경남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원으로 원고료를 지급하는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