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수 증대’ 나온 김에 사천시민 ‘살길’ 찾아야
상태바
‘치수 증대’ 나온 김에 사천시민 ‘살길’ 찾아야
  • 하병주 기자
  • 승인 2021.06.09 09:29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보도] 남강댐과 사천, 그 오랜 악연을 파헤친다 ⑧
‘남강 본류 594만’ 대 ‘사천만 20만’…단순 여론전 불리
다수가 소수의 희생 보듬어야 미래로 나아감은 ‘진리’
‘1초 1만2천 톤 방류’…이 말이 뜻하는 것은 무엇?
생존권 지키는 일에 사천시민들 똘똘 뭉쳐 지혜 모을 때
 
전국의 댐 가운데 유일하게 인공 방류구를 가진 남강댐. 이 인공 방류구로 남강과 낙동강 하류는 홍수 피해가 크게 줄었지만, 사천시와 남해안은 졸지에 물벼락을 맞았다. 물벼락은 곧 ‘더 살기 좋은 사천’을 만드는 데 큰 걸림돌이었다. 그런데도 ‘이미 계산 끝난 일’이라며 보상에 손사래만 쳐온 정부. 되레 더 큰 물벼락 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에 <뉴스사천>은 남강댐의 어제와 오늘을 살피면서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란 폭압의 현실을 고발한다.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뉴스사천>은 지금껏 7회에 걸쳐 남강댐과 사천만 인공방수로가 사천 지역민들에게 얼마나 위협적인 존재인지 살폈다. 자연이 만들어 놓은 물길을 애써 바꿔 놓은 탓에, 사천시와 사천시민들은 언젠가 닥칠 미래의 더 큰 재앙 앞에 늘 가슴 졸일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20년 8월에 남강댐 방류로 바다 쓰레기가 가득한 가운데 어선 한 척이 조업 중인 모습. 사천시의 우울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2020년 8월에 남강댐 방류로 바다 쓰레기가 가득한 가운데 어선 한 척이 조업 중인 모습. 사천시의 우울한 단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그런데도 남강 본류 쪽 동네에서는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종종 들려온다. ‘사천시민은 남강댐물 안 먹고 안 쓰나?’ ‘혜택을 누리면 손해도 어느 정도 감수해야지.’ ‘홍수 피해가 생기면 국가가 나서 지원해주지 않나.’ 그리고 이런 논리와 주장은 늘 이렇게 끝나기 십상이다. ‘그러니 가능한 남강 본류보다는 사천만으로 물을 흘려보내라.’

남강 본류 쪽이라면 진주시를 비롯해 의령군, 함안군, 창녕군, 창원시, 밀양시, 김해시, 양산시와 부산광역시가 해당한다. 이들 지자체 인구의 합은 지난해 말 기준 594만 명이 넘는다. 반대로 남강물의 사천만 방류 영향권이라 할 곳은 사천시와 남해군, 하동군이다. 이곳 인구의 합이 대략 20만 명임을 고려하면 정상적인 여론 대결이 불가능함을 알 수 있다. 군부 독재 시절에 짜인 이 불공정의 역사적 산물은 5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란 폭압적인 논리로서 여전히 힘을 발휘하는 셈이다.

남강댐 사천만 방류로 수혜지역은 단연 진주시다. 진주시가 닦아 놓은 남강 둔치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이 운동하는 모습.
남강댐 사천만 방류로 수혜지역은 단연 진주시다. 진주시가 닦아 놓은 남강 둔치 산책로를 따라 시민들이 운동하는 모습.

그러나 다수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바르지 않은 것이 바른 것처럼 둔갑할 순 없는 일이다. 마치 한 국가에서 다수 민족이 소수 민족을 말살하는 일이 옳지 않은 것처럼. 만에 하나 ‘다수를 위한 소수의 희생’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면, 그 소수의 희생을 치료하고 보듬는 방안까지 함께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그 사회가 갈등을 최소화하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임은 너무 빤한 사실 아닌가.

이런 점에 비추어, 남강과 낙동강 본류의 홍수 피해를 줄이고자 사천만으로 인공방수로를 뚫은 정책은 어떠한가. 십분 양보해 이 정책이 옳았다고 하자. 그럼 지금의 남강과 낙동강 본류 쪽 주민들은 사천만 인공 방류로 뜻하지 않은 고통을 감수하게 된 사람들의 억울함과 분노를 조금이라도 헤아리고 있을까? 그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픈 마음을 가질까?

사천시민들은 지나온 시간에서 그 답을 미뤄 짐작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고. 그러기에 “이참에 근본적인 대책을 찾자!”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남강댐의 사천만 인공방수로가 들어선 지 어느새 반세기인지라 그 대책 찾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문제를 문제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음이다.

먼저 남강 상류에 많은 비가 내리고 큰물이 지더라도 남강댐 아래로는 여느 때처럼 평화롭기가 다반사다. 문제는 그 평화로움이 사천의 가화천 주변과 사천만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통에서 기인한 것임을 아는 이가 드물다는 사실. 그만큼 당연하게 여기는 셈이다. 오히려 남강댐 아래 어느 곳의 주택이나 농경지가 일부 침수라도 될라치면, 자신이 사는 곳에도 그만큼 비가 많이 내렸음을 깨닫기보다 사천만으로 제때, 더 많이 방류하지 않았음을 탓하는 이가 적지 않다.

지금의 상황에 익숙해져 있기는 사천만 쪽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일부 어민들은 생계가 걸린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싸워 왔지만, 시민 대다수는 그러지 않았다. 이미 과거에 끝난 문제로 여기면서 스스로 패배주의적 생각에 빠지곤 한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정부가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남강댐 안정성 강화 사업)을 하겠노라 나서면서 사천시민들이 사천시의 지정학적 문제점을 다시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엔 지난해 발생한 남강댐 방류와 그로 인한 각종 피해도 한몫했다. 이에 발맞춰 올해는 시민들이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원회’까지 만들어 활동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원회’가 4월 27일 출범식을 가진 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 근처에서 집회하는 모습.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원회’가 4월 27일 출범식을 가진 뒤 한국수자원공사 남강댐지사 근처에서 집회하는 모습.

사천시민들이 더 간절함을 갖고 정부와 국가를 향해 ‘삐뚤어진 현실’을 바로잡아 달라고 외쳐야 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말 그대로 생존이 걸린 탓이다. 지금까지는 1초에 최대 5400톤 정도가 제수문을 통해 사천만으로 흘러들었지만, 앞으로 그 방류량이 언제 6000톤이 되고 8000톤이 되고 1만 톤이 될지 모른다. 적어도 정부가 나서 그럴 가능성이 큼을 예고하고 있다.

남강댐의 사천만 방류가 사천시의 생존 문제로 이어지는 까닭은 앞서 여러 차례 살핀 바 있다. 그 핵심은 사천시의 광범위한 침수 피해 가능성이다. 1초에 5520톤을 방류하면 최소한 사천1·2일반산단보다 바닷물 수위가 더 높아짐은 한국수자원공사의 실험으로 이미 드러났다.

문제는 이보다 더 많은 방류. 심지어 1초에 최대 1만 2000톤까지도 방류할 수 있다는 게 정부와 수자원공사의 설명인 만큼, 사천의 주요 하천과 바닷가를 중심으로 침수 피해가 폭넓게 일어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화천, 중선포천, 사천강, 죽천천이 만나는 사천만 맨 안쪽이 가장 걱정스러운 곳이다.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게 예측되기 때문이다. 여기엔 공항과 산업시설, 주택이 몰려 있어서 침수 시 피해가 매우 클 전망이다.

일각에선 “침수 시 국가 차원의 피해 보상이 이뤄지는데, 너무 걱정이 앞서는 것 아니냐”며, 사천시민들의 걱정을 낮춰 보기도 한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행정안전부가 마련한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른 ‘자연재난 복구비용 산정기준’에는 다음과 같은 금액이 제시돼 있다. ‘주택 침수 200만 원’. 가정은 물론, 기업이나 공장의 각종 장비와 시설이 물에 잠길 경우를 생각한다면 정말 끔찍한 일이다.

지난 8월 남강댐 홍수방류로 온갖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떠내려왔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죽방렴 모습.(사진=뉴스사천 DB)
지난 8월 남강댐 홍수방류로 온갖 쓰레기가 사천만으로 떠내려왔다. 당시 큰 피해를 입은 죽방렴 모습.(사진=뉴스사천 DB)

아무리 특별재난 상황이라도 정부는 개인의 피해 전체를 보상해주지 않는다. 기업 같으면 세금 일부를 깎아주거나 늦춰 주고, 새로운 운영자금을 지원하는 정도다. 결국 어려움을 스스로 딛고 일어나도록 최소한의 지원만 하는 셈이다.

그런데 사천시는 국가 정책으로 졸지에 ‘남강의 하류’라는 특수 상황에 놓였고, 언젠가 닥칠 엄청난 재해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데도 사천시와 사천시민을 향해 ‘현실을 받아들여라’라고 손가락질을 한다면, 이는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 사천시민들로선 이런 폭력과 조롱에 맞설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역사회 일각에선 ‘어쩌면 남강댐 치수 능력 증대 사업이 이런 폭압적이고 모순적인 구조를 조금이나마 깰 좋은 기회일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차피 극한의 비가 내린다면, 그 물은 남강 본류가 아닌 사천만으로 쏟아질 게 빤하므로, 이에 대비하면서 지원과 보상 제도를 정부에 요구하자는 논리다. 마침 시민사회의 치수 능력 증대 사업 중단 요구에 수자원공사도 ‘일방적으로 강행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지역 정치권과 행정, 시민사회가 똘똘 뭉쳐 미래에 닥칠 재해에 대비하면서 생존권을 지켜나가는 지혜를 모을 때가 바로 지금이다.

지난 4월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는 차량에 '사천 몰락 물폭탄 저지', '남강댐 방류 결사 저지'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 등을 부착하고, 사천과 진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차량시위를 펼쳤다. 
지난 4월 남강댐 문제 대응 범시민대책위는 차량에 '사천 몰락 물폭탄 저지', '남강댐 방류 결사 저지'  등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깃발 등을 부착하고, 사천과 진주 시가지를 관통하는 차량시위를 펼쳤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댓글을 블라인드처리 하시겠습니까?
블라인드 해제
댓글을 블라인드 해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인공방류 2021-06-09 10:14:57
항상 지켜보고 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남강홍수에 의한 피해를 몸소 지켜보면서 그냥 자연적 재해로 여겼습니다
성년이 되어 알았지만 이미 머리속은 피해를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하 기자님!
다시금 알게 해주어 감사해요
대다수 사천시민들은 아직도 인공방류 피해를 잘 알지 못하며 누가 상대적 이익을 가지는지 잘 알지 못하는것 같아 아쉬어요

주요기사